나는 하늘을 본다

답답할 때, 나는 자연스럽게 하늘을 올려다본다. 하늘은 언제나 그 자리에 있지만, 매일매일 그 모습은 다르다. 맑게 갠 파란 하늘은 나의 마음을 시원하게 해주고, 구름이 뭉게뭉게 떠 있는 하늘은 마치 이야기를 들려주는 것 같다. 흐린 하늘조차도 내 감정에 따라 위로가 된다. 때로는 비가 오기 직전의 짙은 구름 속에서 내 마음의 답답함을 발견하기도 하고, 거기서 잠시 마음을 내려놓고 싶어진다.

하늘을 본다는 건 마치 끝없는 무언가와 연결되는 느낌이다. 우리는 일상 속에서 너무나 많은 일들에 얽매여 있다. 해야 할 일, 지켜야 할 약속,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 그런 것들에 몰두하다 보면 어느새 마음이 무거워지고 답답함이 쌓여간다. 그럴 때, 하늘을 보는 것은 모든 것을 멈추고 잠시 숨을 고르는 시간이다. 넓은 하늘 앞에서, 내 작은 문제들이 한없이 작게 느껴진다. 하늘은 그저 존재하며 아무 말도 하지 않지만, 그 침묵 속에서 나는 다시 한번 평온을 찾는다.

해질녘 노을이 붉게 물드는 하늘을 바라보면 하루의 끝자락에서 마음의 정리를 하게 된다. 붉은 빛이 점차 사라지고 어둠이 깔릴 때, 그 시간은 나에게 소중한 여유를 준다. 마치 하늘이 ‘이 하루도 잘 마무리하라’고 속삭이는 듯한 느낌이다. 하늘은 나에게 시간의 흐름을 깨닫게 하고, 그 속에서 내가 놓치고 있던 것들을 상기시켜준다.

별이 빛나는 밤하늘을 보면 끝없는 우주 속에 있는 작은 존재임을 느끼면서도, 동시에 그 속에서 희망을 발견한다. 별들은 멀리 있지만, 그 빛은 여전히 나에게 도달해 나를 환하게 밝혀준다. 답답함에 잠식된 나의 마음도 별빛처럼 언젠가는 환하게 빛날 수 있음을 믿게 한다.

하늘은 변하지 않지만 그 속에서 나는 계속 변해간다. 나의 감정, 나의 상황, 나의 생각들이 하늘을 볼 때마다 다르게 반응한다. 오늘 본 하늘이 내일도 똑같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내일의 나는 또 다른 하늘을 만나게 될 것이다. 하늘을 보는 그 순간만큼은 모든 것을 내려놓고, 내가 그 속에서 어떤 위치에 있는지,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돌아보게 된다.

결국, 답답할 때 하늘을 보는 것은 나에게 잠시나마 자유를 허락하는 일이다. 그 속에서 나는 나의 답답함을 덜어내고, 더 큰 시야로 세상을 바라보게 된다. 하늘은 항상 나를 기다리고 있고, 나는 언제든 그곳으로 시선을 돌려 새로운 힘을 얻는다. 하늘을 본다는 것은 단순히 위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마음을 바라보는 일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