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냥이 코코와 호야 일상

고양이에게 흥미만땅 쇼핑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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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돌아오면 언제나 그렇듯이 문 앞에 고양이 호야가 나를 기다리고 있다. 그 작은 몸이 문 가까이에 살짝 엎드려 있고, 나는 짐을 내려놓으면서 그를 향해 한마디 건넨다. “호야, 엄마 기다렸니?” 그 말에 호야는 내 손을 살짝 쳐다보다가, 시선을 바닥에 둔 채 꼬리를 천천히 흔든다. 오늘의 쇼핑백은 파란색이다. 그걸 내려놓자마자 호야는 흥미로운 표정을 지으며 조금 더 가까이 다가온다. 마치 그 안에 뭔가 자신을 위한 물건이라도 들어 있는 것처럼 말이다.

나는 파란 쇼핑백을 천천히 열고, 하나씩 물건을 꺼낸다. 호야는 쇼핑백이 열릴 때마다 살짝 콧등을 들이밀며 킁킁거린다. 내가 새로 산 과자 봉지를 꺼내자 잠시 그쪽으로 관심을 돌리는 듯하더니, 이내 별 흥미를 못 느끼고 고개를 돌린다. 그 뒤로 야채 봉지가 나오고, 작은 소품도 하나씩 꺼낸다. 호야는 그 모든 걸 신중하게 지켜보다가, 마치 뭔가를 기다리는 듯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본다.

드디어 가방이 완전히 비었다. 이제 더 이상 남은 물건이 없다는 걸 알았는지, 호야는 망설임 없이 쇼핑백을 향해 첫발을 내디딘다. 작은 앞발이 조심스럽게 쇼핑백 안으로 들어가고, 곧이어 뒷발도 따르면서 그는 쇼핑백 한가운데 자리 잡는다. 빈 쇼핑백 속에서 호야는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자리를 잡는데, 그 모습이 참 사랑스럽다. 쇼핑백의 푸른색 안감이 그의 황토색 털과 어우러져 더욱 따뜻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호야는 쇼핑백 속에 들어간 뒤에는 그 안이 마치 자기 집이라도 된 양 편안한 표정을 짓는다.


나는 그 모습이 재밌어서 가끔 쇼핑백을 살짝 들어 올려본다. 그러면 호야는 가방 안에서 놀라지 않고, 가만히 몸을 둥글게 만 채로 작은 진동을 느끼며 눈을 감는다. 마치 쇼핑백이 이리저리 흔들리는 걸 즐기는 듯한 모습이다. 호야는 유난히 이런 좁은 공간을 좋아하는데, 마치 자기만의 작은 은신처가 된 것 같은 안정감을 느끼는 것 같다. 그리고 쇼핑백의 파란색은 그에게 어딘가 더 아늑하고 조용한 공간처럼 느껴지는 모양이다.

가끔 내가 쇼핑을 하고 돌아오면, 그는 쇼핑백에 남아 있는 냄새와 감촉을 탐색하면서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발견한 듯한 표정을 짓는다. 밖에서 묻어온 다양한 냄새와 촉감이 고양이인 호야에게는 신선한 자극이 되는 듯하다. 쇼핑백 속은 그에게 일종의 탐험 공간이자 작은 피난처인 셈이다. 내가 쇼핑을 다녀온 날이면 호야는 이런 작은 의식이 끝나기를 기다린다. 내가 물건을 하나씩 꺼내고 쇼핑백이 텅 비게 되면, 호야는 그제야 자신의 차례가 왔다고 생각하는 듯 조용히 다가와 쇼핑백 안으로 들어간다.


이렇게 매번 쇼핑백을 비워주며 호야의 작은 공간을 마련해주는 일은 일상이 되었지만, 그의 이 습관을 볼 때마다 웃음이 난다. 호야에게 쇼핑백은 단순한 물건이 아니라, 바깥세상에서 가져온 흔적과 작은 이야기가 담긴 특별한 공간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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