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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플위스퍼 가든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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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물계의 보석있다고? 1. 햇살을 사랑하는 루비빛 목걸이처음 루비네크리스를 봤을 땐 “이게 진짜 식물이라고?” 싶었다.자주빛 줄기가 목걸이처럼 축 늘어지고, 햇살을 받으면 잎이 선명한 루비색으로 물든다.그 이름값 제대로 하는 식물.다육식물답게 물을 적게 먹고, 바람 잘 통하는 곳이면 어디든 자리잡는다.하지만 햇빛이 부족하면?루비는 금세 초록 목걸이가 되어버린다.반그늘에서도 살긴 하지만, 그 매혹적인 루비빛은 햇빛이 있어야 비로소 드러난다.식물도 그렇고, 사람도 그렇고 — 빛을 받으면 더 예뻐진다.2. 내 방의 보석, 베란다의 삭물루비네크리스는 공중걸이 화분에 제격이다.목걸이처럼 아래로 길게 늘어지며, 잎 끝마다 반짝이는 작은 구슬처럼 감탄을 자아낸다.키우는 이들은 종종 “이건 식물계의 주얼리”라고 부른다.특히나 집에 조용히 ..
백합 순이 가르쳐준 인생 수업 여긴 겨울이에요. 잎도, 꽃도, 말없이 쉬고 있는 계절. 그런데 그 고요한 흙 속에서 백합 순이 올라왔어요."지금 계절, 겨울 아니었어?" 싶었죠. 그런데 정말로, 쏙— 고개를 내밀었어요.봄꽃인 수선화나 아네모네는 겨울에 순을 틔우기도 하니 그러려니 했지만, 여름에 피는 백합이 벌써? 이건 무슨 조화람!그때 깨달았어요. 꽃들도 ‘지금 계절’만 사는 게 아니라는 걸요.여름꽃은 겨울부터, 봄꽃은 가을부터 준비하고 있었던 거예요.그 조용한 성실함에 갑자기 가슴이 먹먹해졌어요."나는 지금 무엇을 준비하며 살고 있을까?"사실, 중년이 된 지금 나는 노년만 준비하고 있었어요.건강, 일, 관계… 노후를 위한 목록은 빼곡했죠.그런데 백합 순이 말하더군요."너, 말년은 준비하고 있니? 죽음은 생각해봤니?"아—이게 자연의..
반짝이는 꽃이 있다고? 주황빛으로 반짝이는 차이니스 랜턴 꽃은 가을이 깊어질수록 더욱 빛난다. 이 식물은 동아시아가 원산지이며, 학명은 ‘Physalis alkekengi’로 가지과에 속하는 다년생 식물이다. 7~8월에 흰색 작은 꽃이 피고, 꽃이 지면 꽃받침이 커지면서 주황색 등불 모양의 포장체가 열매를 감싸 독특한 아름다움을 만든다. 이 ‘등불’ 모양 때문에 ‘차이니스 랜턴’이라는 이름이 붙었다.*차이니스 랜턴 특징과 생태차이니스 랜턴은 키가 60~90cm 정도로 자라며, 가느다란 줄기와 넓은 잎이 특징이다. 꽃은 작고 흰색이지만, 꽃이 진 뒤 주황색의 포장체가 열매를 감싸면서 마치 작은 등불처럼 빛난다. 이 독특한 모습은 정원의 가을 분위기를 한층 더 따뜻하고 낭만적으로 만든다. 열매는 일부 지역에서 약용이나 가공용으로 ..
몬스테라 잎이 노랗게 변하는 이유와 관리 방법 요즘 비가 참 자주 내린다. 실내정원의 자갈은 촉촉하고, 고양이 호야는 창가에 앉아 조용히 비를 본다. 나도 마찬가지다. 에스프레소 한잔들고 초록들을 바라보며 파고라 아래 화분을 하나하나 들여다본다.그런데 오늘, 몬스테라의 잎 하나가 노랗게 져 있었다. 다른 잎들 틈에 조용히 웅크린 채, 어느새 색을 바꾼 그 잎. 처음엔 무심코 지나치려다 다시 돌아봤다. 지난 며칠 동안 과했을지 모르는 빗물, 무심한 나의 손길. 그 노란빛은 '괜찮지 않았어'라는 식물의 대답 같았다.1. 파고라 아래, 노랗게 진 몬스테라 잎파고라 아래 놓인 몬스테라는 실내정원의 중심을 지키는 식물이다. 잎이 크고 싱그럽게 자라는 모습이 보기 좋았는데, 며칠 전부터 잎 하나가 노랗게 변해가기 시작했다. 최근 비가 자주 내리면서 화분 ..
노란쥬키니 키우기: 정원의 황금채소 1. 정원 한켠에 피어난 노란 기쁨요즘 내 정원에서 가장 눈에 띄는 존재는 단연 노란쥬키니 아니 황금쥬키니다.푸른 잎 사이로 쏙 고개를 내밀고 자라나는 그 모습은 꼭 햇살 한 조각이 떨어진 것처럼 빛난다.처음에는 ‘그냥 색이 다른 주키니겠지’ 하고 심었지만, 이 노란 채소는 생각보다 훨씬 더 특별했다.정원 속 작은 기쁨은 언제나 예고 없이 찾아오고, 노란쥬키니는 그걸 매일 증명해준다.2. 노란쥬키니, 예쁘고 맛있는 실속 채소사실 노란쥬키니는 초록 주키니와 맛은 크게 다르지 않다.하지만 시각적인 매력은 확실히 더 크다. 볶음 요리, 파스타, 샐러드에 올리면 접시 위에 색감이 살아난다.수분이 풍부하고 식감도 부드러워 요리하기도 쉽고, 무엇보다 익을수록 껍질이 얇고 부드러워 식감이 참 좋다.정원채소 중에서도 ..
내 정원의 명상가 1. 자갈 위에 토끼 한 마리우리 집 정원, 벽돌 담장 아래 자갈 위에 토끼 한 마리 앉아 있어요. 물론 진짜 토끼는 아니고, 조형물이죠.눈을 지그시 감고, 두 귀는 흐드러지게 접힌 채. 손에는 크리스탈처럼 맑은 유리구슬을 안고 있어요.처음엔 그냥 귀여워서 데려왔어요. 하지만 날이 갈수록 이 아이는 단순한 장식이 아니라, 마음의 중심이 되어주었죠.비가 와도, 바람이 불어도, 늘 그 자리에 앉아 조용히 명상 중인 토끼.저는 종종 그 앞에 쪼그려 앉아, 아무 말 없이 바라보곤 해요. 마치 내가 먼저 말을 걸기 미안할 만큼의 고요함이에요.2. 담쟁이제비꽃, 위로인 줄 알았지만한동안 토끼 주변에는 **담쟁이제비꽃(Cymbalaria muralis)**이 무성하게 자랐어요.동글동글한 잎과 보랏빛 꽃이 어찌나 ..
한련화 잎 위에 맺힌 마음 – 비 내리는 아침, 고양이와 커피 그리고 작은 수정구슬 이야기 톡톡, 호야가 부르는 아침전날 밤12시까지 일했지만, 아침은 예정 없이 찾아온다.알람보다 정확한 생명체, 호야.그 작은 발로 내 뺨을 톡톡 두드리는 소리는 귀엽고도 부드럽다.“일어나, 오늘은 비가 내려.”말은 못 하지만 분명 그런 메시지를 전하는 듯한,사랑스러운 아침 인사다.🌧 채도 낮은 가운과 진한 향비는 조용히, 그러나 확실하게 내리고 있었다.우산을 쓰지 않았다.채도 낮은 보라색 가운을 걸치고 정원으로 나갔다.진한 원두를 내려서 한 잔 들고 — 커피 향이 비 냄새와 섞이니마음도 차분해진다.이 조용한 분위기 속에서는내가 굳이 뭔가 하지 않아도,모든 게 스스로 흐르는 것 같다. 한련화 잎 위의 수정구슬그러다 문득 눈에 띈 건 한련화 잎 ..
정원에서 발견한 인상파 색감, 고흐가 지나간 듯한 하루 인상파 화가들이 사랑했던 건 빛, 그리고 자연의 찰나였죠.그 찰나가… 바로 우리 정원에 피어있답니다!오늘은 정원에서 찾은 인상파 색감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1. 모네가 담갔을 법한 아가판서스의 푸름아가판서스는 꽃보다 색감으로 말하는 식물이에요.연보라빛과 짙은 청보라가 번지듯 피어있을 때, 문득 떠오르죠."어, 이거 모네 정원에서 봤던 그 분위기인데?"잎의 선명한 녹색은 보색 대비 효과를 극대화시켜 인상파 화가들이 자주 썼던 색 조합을 떠올리게 합니다.특히 아침 햇살 속에서 반사되는 푸르름은 ‘빛의 흔적’을 따라가는 모네의 붓터치를 닮았어요.2. 고흐의 해바라기, 아니 마리골드였다고?마리골드는 노란색 그 자체예요. 하지만 그 안에 ‘순한 노랑’, ‘거친 주황’, ‘붉은 속살’까지 다 들어있죠.한 송이 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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