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토요일, 나는 오랜만에 나무 시장을 찾아가 파스칼리(Pascali) 장미를 한 그루 구입했다. 이미 여러 가지 장미들이 정원에 자리 잡고 있지만, 파스칼리의 순백의 아름다움이 자꾸만 눈에 아른거려 결국 나의 정원에 새로운 식구로 맞이하게 된 것이다. 포트 속에서 고요히 자리를 잡은 그 장미를 보며 설렘과 기대감으로 가득 찼다. 파스칼리는 마치 작은 평화의 섬처럼 주변을 밝히고 순수한 에너지를 전해주는 듯했다.
정원에 도착해 파스칼리를 어디에 심을지 잠시 고민했다. 햇볕이 잘 드는 장소, 다른 꽃들과 조화롭게 어우러질 곳을 찾고 싶었다. 파스칼리의 하얀 꽃잎이 주변의 초록빛과 어우러지면 아름다운 대비가 이루어질 것 같았다. 삽을 들어 흙을 파고, 파스칼리의 뿌리가 편안히 자리하도록 조심스럽게 심었다. 마치 새로 온 친구를 맞이하듯, 정성을 다해 흙을 덮고 물을 듬뿍 주었다.
파스칼리(Pascali)는 순백의 고요함과 우아함을 담은 장미이다. 흰색 장미의 대표적인 품종으로, 그 이름만 들어도 순수하고 고결한 느낌을 떠올리게 한다. 1963년, 벨기에의 장미 육종가 루이스 렌스(Louis Lens)가 처음 선보인 파스칼리는 전 세계 정원사들의 사랑을 받으며 빠르게 인기를 얻었다. 커다란 흰 꽃잎들이 겹겹이 어우러져 풍성하게 피어나는 모습은 한 송이만으로도 공간을 채우고 주변을 환하게 밝힌다. 빛을 머금은 듯한 순수한 흰색의 꽃잎은 햇볕이 비칠 때마다 은은한 광택을 더해 눈부신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파스칼리는 그 아름다움뿐 아니라 강인함으로도 사랑받는 장미다. 병충해에 강해 관리가 쉽고, 햇볕이 잘 드는 곳에서 특히 잘 자라기 때문에 많은 정원사들에게 인기 있는 선택이다. 여름부터 가을까지 피어나는 파스칼리는 한 철의 아름다움에 그치지 않고 오랜 기간 동안 주변을 환하게 채운다. 순수하고 고결한 흰색은 다양한 조경 스타일에 자연스럽게 어울려, 어디에 심어도 특별한 존재감을 드러낸다. 이 장미는 평화와 순결, 그리고 영원한 사랑을 상징하는 흰색의 의미를 가장 잘 담아내어, 그 자체로 완벽한 상징이 된다.
파스칼리가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1991년 미국 장미 협회(American Rose Society)로부터 받은 '올 아메리카 로즈 셀렉션(All-America Rose Selections)' 상이다. 이는 장미 품종 중에서 가장 뛰어난 품질과 미적 가치를 지닌 품종에게만 주어지는 영예로운 상으로, 파스칼리가 수상하면서 그 가치가 전 세계적으로 입증되었다. 또한, 영국 왕립 원예 협회(Royal Horticultural Society)로부터도 'Award of Garden Merit'를 수상하며 유럽에서도 그 품질을 인정받았다. 이러한 수상 경력은 파스칼리를 단순한 장미가 아닌, 정원 예술의 정수로 만들어 주었다.
파스칼리 한 송이를 정원에 심으면 마치 고요한 평화의 섬이 만들어지는 듯한 기분이 든다. 바람이 살짝 불어 꽃잎이 움직일 때면 그 부드러운 흐름 속에서 자연의 순수함과 정적의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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