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주의 백합

내 정원에는 알스트로메리아, 일명 ‘공주의 백합(Princess Lilies)’이라 불리는 꽃이 피어 있다. 그중에서도 연한 노란빛이 감도는 ‘옌틀(Yentl)’ 품종은 특별한 존재감을 자랑한다. 이 꽃은 작고 단아한 모습으로 정원의 한쪽에서 빛나고 있다. 이름처럼 우아함과 고귀함이 깃든 이 꽃은 햇살 아래에서 더욱 생기를 띠며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알스트로메리아는 ‘우정’과 ‘헌신’이라는 꽃말을 가지고 있다. 정원에 이 꽃을 심은 이유는 단순히 그 아름다움 때문만은 아니다. 그 의미가 내게 주는 따뜻함이 큰 이유였다. 매일 아침 이 꽃을 볼 때마다 친구들과의 추억이 떠오르고, 내가 사랑하는 것들에 더 충실하고 싶어진다.

옌틀 품종은 특히 키가 작고(20~30cm 정도) 화분에도 적합해 정원 어디에나 잘 어울린다. 하지만 나는 이 꽃을 특별히 정원의 중심에 심었다. 마치 작지만 강렬한 존재감을 가진 주인공처럼, 이 꽃은 주변의 다른 식물들과 조화를 이루며 정원의 이야기를 완성해 준다.

꽃잎 하나하나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마치 자연이 그려낸 수채화처럼 섬세하다. 노란빛 속에 번지는 부드러운 선들이 햇살을 받으면 반짝이며 살아 숨 쉬는 듯하다. 벌 한 마리가 꽃 위에 앉아 꿀을 모으는 모습은 자연과의 교감을 느끼게 한다. 그 작은 움직임 속에서도 정원은 끊임없이 변화하며 생명력을 뿜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