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감을 주는 꽃

정원의 어느 아침, 햇살은 어제의 빗물을 닦아내듯 잔디와 꽃잎 위로 스며들었다. 나는 여느 때처럼 정원을 거닐며 이곳저곳의 변화를 살폈다. 그중에서 내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새로 피어난 알스트로메리아였다. 이 꽃은 ‘Princess Lilies Diana’라는 이름에 걸맞게 우아하고도 강렬한 존재감을 뽐내고 있었다. 노란 바탕에 섬세하게 그려진 붉은 줄무늬는 마치 한 폭의 그림 같았고, 꽃잎의 곡선은 부드러운 음악의 선율을 연상케 했다.

알스트로메리아는 단순히 꽃꽂이용으로 적합한 소재를 넘어, 나에게 있어 창조의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뮤즈와도 같다. 꽃꽂이는 내 취미이자 일종의 명상이다. 각기 다른 꽃을 조화롭게 배치하며 어울림을 찾아가는 과정은 나를 현실에서 벗어나게 하고, 마음속 깊은 곳의 이야기를 끌어올리게 한다. 알스트로메리아는 그런 나의 작업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꽃이다. 그 색감과 형태가 한 편의 주제를 제시하고, 다른 꽃들이 그 주제를 따라가며 자연스럽게 완성되는 것이다.

이번에 피어난 알스트로메리아를 보며 나는 또 다른 꽃꽂이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이 꽃을 중심에 두고 주변에는 흰색과 연분홍색의 꽃을 배치해 부드러움을 더하고, 이와 대조적으로 짙은 녹색 잎을 사용해 생기를 불어넣는 구성을 생각했다. 이런 조합은 알스트로메리아의 독특한 무늬를 더욱 돋보이게 하고, 동시에 자연의 조화로움을 느낄 수 있게 한다.

꽃을 만지는 동안 나는 항상 그 꽃이 가진 이야기를 상상한다. 알스트로메리아는 나에게 고요한 자신감을 이야기하는 듯하다. 화려하지만 과하지 않고, 부드럽지만 뚜렷한 존재감을 가지고 있다. 마치 어떤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색을 드러내는 사람처럼 느껴진다. 이런 점이 특히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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