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에서 만난 물개

오늘도 익숙한 해변에 발걸음을 옮겼다. 한 주의 무게를 가득 실은 마음을 내려놓는 자리이기에, 이곳은 나에게 언제나 잔잔한 위로가 되어주는 공간이다. 평소와 다를 바 없이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와 바람의 속삭임이 어우러진 고요함 속에 잠시 눈을 감고 바다의 품에 안긴 듯한 여유를 만끽하던 그 순간이었다.

갑자기 무언가 미끄러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눈을 떠보니, 거기 물개 한 마리가 바닷가에 몸을 누이고 있었다. 맑고 깊은 눈으로 나를 가만히 바라보는 그 물개의 모습은 마치 오래된 친구가 반갑게 인사를 건네는 것 같았다. 한 걸음, 한 걸음 천천히 다가가면서도 마음 한편엔 조심스러움이 스며들었다. 이 경이로운 생명체의 존재 앞에서 내 모든 움직임이 신중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물개의 털은 햇빛을 받아 윤기를 띠며 반짝였고, 젖은 털 사이사이에 바다의 짠내가 배어있었다. 나는 손을 뻗어 그 촉감을 느껴보고 싶었지만, 그저 그 자리에 멈춰 서서 물개가 주는 순간의 기적에 나를 맡기기로 했다. 물개는 나와의 거리를 유지하며 부드러운 눈빛을 보내왔고, 그 순간 우리는 말없이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고 있었다. 인간과 자연이 서로를 경외하며 존재할 수 있는 이 감동적인 순간은 그 어떤 말로도 다 표현할 수 없었다.

물개는 잠시 바다를 향해 고개를 돌리더니, 다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마치 내게 무언가를 전하는 듯, 고요하게 숨을 쉬며 파도에 몸을 맡겼다. 그 모습은 나로 하여금 인간의 사소한 고민이 얼마나 작게 느껴질 수 있는지를 일깨워 주었다. 자연 속의 작은 존재가 주는 경이로움과 위안을 담아 다시 걸음을 옮기며, 나는 이 순간이 내 마음속에 오래도록 남아 나를 따뜻하게 감싸줄 것임을 느꼈다.